KBS News [남북의 창] “성적 안 되면 탄광행”…북한 ‘선택과목제’ 목적은? [클로즈업 북한] / KBS 2026.04.25.

[남북의 창] “성적 안 되면 탄광행”…북한 ‘선택과목제’ 목적은? [클로즈업 북한] / KBS  2026.04.25.

우리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북한의 고급중학교에서 선택과목제가 실시되고 있습니다. 문, 이과와 예체능, 기술 분야를 나눠 교육하는 겁니다. 올해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간 건데, 일찍부터 학생의 소질과 개성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 한 대북 전문 매체가 선택과목제에 따른 전공반 시험에서 학생 상당수가 기준에 미달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심지어 성적 미달 학생들을 탄광이나 건설 현장에 배치하겠다는 경고도 나왔다는데, 어찌된 일인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4월 1일, 개학과 함께 새학기를 시작한 북한 학생들.

교정 곳곳이 설렘과 활기로 가득한 모습입니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고급중학교’는 그 어느 때보다 대대적인 변화를 맞았습니다.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따라 교육과정을 나누는 ‘선택과목제’가 전면 실시됐기 때문입니다.

[정금진/북한 교육성 과장 : “이번 새 학년도부터 고급중학교 선택과목제가 기본으로 되는 제2차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 강령이 집행되고 있습니다.”]

2024년 시범 도입된 선택과목제는 고급중학교 학생들이 소질에 따라 문·이과와 예체능, 기술 분야의 전공 과목을 선택해 배우는 제도입니다.

북한은 이를 전문 인재를 키우기 위한 조치로 홍보하고 있는데요.

[차기철/북한 교육연구원 원장 : “선택과목제를 실시하는 목적은 학생들에게 그들의 천성과 소질에 맞는 교육을 주어서 해당 분야에 뛰어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튼튼한 기초를 닦아주자는 데 있습니다.”]

그러면서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고 선전합니다.

[김숙영/학부모 : “처음에 아이를 학교 외국어 소조(과외활동)에 보낼 때는 걱정도 많았습니다. 학교에 가서 아이들하고 같이 회화도 하고 유희를 배우면서 또 외국어 지식도 다지고 발표회를 자주 조직해 주니까 그 과정을 통해서 외국어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부쩍 오르는 것이었습니다.”]

[강선옥/학부모 : “저희 딸이 고급중학교 편의 봉사기술 소조(과외활동)에 들어가서 배우고 싶어 하던 미용 기술도 배우고 또 사진 가공, 이발, 미용. 야, 정말 많은 재간을 배웠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 제도가 단순히 재능 발굴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모든 학생이 진로를 조기에 확정하고 졸업 전까지 한 가지 이상의 전문 기술을 갖추게 하겠다는 게 북한 당국의 구상입니다.

[정금진/북한 교육성 과장 : “새 교육 강령에서는 1학년 시기부터 학생들이 소질과 개성에 맞는 적합한 교육과정을 선택하고 앞으로 써먹을 수 있는 그러한 지식을 배우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 학생들은 모두가 한 가지 이상의 기술 기능을 소유하고 해당 분야의 대학에 추천받아서 입학하거나 또 사회에 진출하게 됩니다.”]

그런데 전국 시행 한 달도 채 안 돼 심상치 않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대북 전문 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선택과목제를 도입한 뒤 학생들을 상대로 전공 평가 시험을 실시했는데요.

그런데 평가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이를 ‘비정상적 상태’로 규정하고 학교 검열에 나섰다는 겁니다.

심지어 성적이 기준에 미달한 학생들을 탄광이나 발전소 건설 현장 등으로 보내라는 당국의 지시도 있었다고 데일리 NK는 전했는데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같은 강도 높은 조치는 탈북민도 믿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장미/평양이과대학출신 탈북민 : “전공 적합성 평가 시험은 안 봤고 당연히 학생들의 실력을 평가하는 시험은 계속 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시험 성적을 학교 벽보판에다 쫙 붙여놓거든요. 굳이 북한에서 고등학생들을 탄광으로 보낼 이유가 없죠. 그 친구들은 어차피 군대로 가야 돼요. 군대를 갔다 와서 탄광으로 보내도 되는데 먼저 그렇게 탄광으로 보낼 이유가 있을까.”]

전문가들도 만약 이 조치가 실행된다면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위반하는 행위로써 심각한 사안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정은미/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은 1990년에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서명하고 비준을 했거든요. 그런데 아동권리협약에서는 아동을 18세 미만의 모든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또 아동 교육에 방해되는 노동을 시키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만약 정말로 실력 미달이라는 이유로 졸업하지 않는 재학 중인 고급중학교 학생들을 경제 현장에 강제로 배치한다면 이건 명백히 아동권리협약 이행의 위반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에선 왜 이런 소식이 흘러나온 걸까.

그 배경으로는 과학 발전과 지방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북한이 이를 현실화할 인재를 더 많이 요구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차기철/북한 교육연구원 원장 : “오늘날 우리 당이 제시한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 또 사회주의 강국 건설 구상을 실현하자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각이한(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수많이 요구됩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지난 9차 노동당대회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핵심기술 연구·개발을 지시했는데요.

나아가 관련 지식과 기술을 갖춘 실천형 인재, 개발·창조형 인재를 대거 육성해 이를 지방발전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연설 대독 : “모든 학생들을 혁명 실천에 이바지하는 쓸모 있는 인재로 알차게 키우고…”]

이러한 주문 속에서 고등학생 교육을 강화하는 정책이 강하게 추진되고 있는 건데요.

그런데 북한의 각 분야에서 인재난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교육 수준이 저소득 국가들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지만, 선진국과는 큰 격차가 있는 것이 현실인데요.

무상교육을 내세우고 있으나 만성적인 경제난으로 교육 현장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한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평양과 지방간 교육 불평등도 인재 육성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인데요.

[정은미/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아무래도 자원이 전체적으로 국가 예산이 부족하니까 그동안은 평양이나 제1중학교라든지 영재나 수재들 위주로 교육 자원을 선택, 집중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교육 불평등이 계층적으로나 지역적으로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결국엔 인재 강국 건설이라는 목표를 아무리 세워도 원하는 인재가 정상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거죠.”]

북한에서 이공계 분야에 대한 기피도 큰 문제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되는 간부가 되기 위해 문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고, 돈을 벌기 위해 공부보다는 장사에 나서는 청년들도 많다는 겁니다.

[장미/평양이과대학출신 탈북민 : “저도 솔직히 평양이과대학교 안 가겠다고 버티다가 부모님이 무조건 가야 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간 케이스거든요.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주변에서 과학자, 기술자들을 했던 사람들을 보면 너무 가난했어요. 그렇게 열심히 착취하고 부려 먹고 거기에 상응하는 보상을 준 적을 본 적이 없어요.”]

이 때문에 북한의 선택과목제를 통한 전문 분야의 인재 육성과 교육 강화 정책은 결국 당국의 목적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에 불과하다는비판적인 시선도 뒤따릅니다.

[장미/평양이과대학출신 탈북민 : “어쨌든 그렇게 머리 좋은 인재들을 키워내는 게 정부 입장에서는 좋으니까 그렇게 하는 게 아닐까. 왜 머리 좋은 친구들 시켜서 해커 시켜서, 돈도 막 도둑질하고 그랬잖아요. 그러니까 그 돈맛을 본 거죠.”]

북한 교육은 고급중학교의 선택과목제를 부각하면서우리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소학교 학생들까지각자의 재능을 조기에 발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요.

[남성룡 : “내가 만든 풍력발전기로 전기를 생산하는 우리 학교입니다.”]

[김정임 : “저는 수업 시간에 배운 원리로 물 위에서 진짜 뜨는 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교사와 학부모의 역할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재능이 단순한 개인의 성취를 넘어 국가 발전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정금진/북한 교육성 과장 : “우리의 모든 교육자들과 부모들은 학생들의 소질과 개성을 충분히 파악하고 그들에게 맞는 그런 교육을 주어서 사회주의 강국 건설에 실지로 써먹을 수 있는 그러한 쓸모 있는 인재들로 자라난다는 것을 깊이 명심해야 합니다.”]

북한 당국이 성적 미달 학생들을 탄광이나 건설 현장에 배치하겠다는 소식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안입니다.

또 실제로 이런 조치가 실행되기보다는 경고성 메시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교육을 매개로 사회 통제를 강화하고 정책적 목적을 이루려는 움직임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정은미/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국제적 비난까지 무릅쓰면서 그렇게 강제할 것으로는 보지 않고 경제 현장이나 지역에 필요한 인재들을 많이 육성하기 위해서 강압 정치 형태를 보이는 것 아닌가, 일종에 겁을 주는 거죠. 그래서 제2차 교육강령이 전면적으로 실시되는 올해 강력하게 교육 검열 사업을 통해서 교육을 정상화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됩니다.”]

선택과목제라는 교육을 앞세워 인재 강국 건설이라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북한.

하지만 국가 주도의 통제 속에서 이뤄지는 그 구상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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