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으라더니 분만 사고는 산모가 사망해야 보상? [취재후] / KBS 2025.11.08. #KBSNews



아이 낳으라더니 분만 사고는 산모가 사망해야 보상? [취재후] / KBS 2025.11.08.
우리나라에서는 아기 1만 명이 태어나면, 산모 한 명이 목숨을 잃습니다.

OECD 국가 평균(1.8명)보다 나은 편이고 과거보다 훨씬 드문 일이지만, ‘혹시 그게 내 얘기가 되는 건 아닐까’ 두려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 “가장 행복한 순간에”… 출산 합병증으로 쓰러진 아내

지난 5월 출산을 앞뒀던 신 모 씨의 아내도 그랬습니다. 첫 아이 때 진통 시간이 워낙 길어서, 둘째 아이 출산도 걱정이 컸고, 고위험 임신부가 아닌데도 큰 대학병원을 택했습니다.

그렇게 무사히 제왕절개 수술을 마쳤습니다. “컨디션이 좋다”던 아내는 잘 회복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수술 다음 날, 신생아실에 가려고 병실을 나서던 길에 심정지로 쓰러졌습니다.

산후 혈전(피떡)이 폐혈관을 막으면서 생긴 폐색전증이었습니다. 15분 간의 심폐소생술 끝에 목숨은 건졌지만, 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어 지금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 씨는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에 가장 참담한 일을 겪게 돼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면서 “아내 대신 내가 죽고 싶다고 매일 기도했다”고 했습니다.

반년이 지난 지금, 아내는 재활 전문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고 있습니다. 간병비를 포함해 매달 드는 병원비만 천만 원에 이릅니다.

두 아이를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에 들어간 신 씨의 급여는 200만 원 수준.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이고 살던 전셋집까지 내놨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제 손에 아이들과 아내가 다 달려있거든요. 아내 치료를 더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데 그러면 아이들 생활이 무너지고, 아이들을 지키려고 하면 아내 치료를 줄여야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선 자체가 굉장히 잔인하고 가혹합니다. 정말로 아내를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 병원 책임 못 묻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정부 지원도 부실

가족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일이지만 의료진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렵습니다.

폐색전증은 의료진이 주의 의무를 충분히 다해도 발생할 수 있는 ‘불가항력 의료사고’로 여겨집니다. 불가항력, 말 그대로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다는 뜻입니다.

분만 병원을 운영하는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색전증은 예방할 수 없는 합병증이고 정말 ‘복불복’이라 법적인 문제로 넘어가면 대부분 의료진 과실이 없다고 나온다”며 “초기 처치에 따라 운이 좋으면 살지만, 대처를 잘해도 중증으로 넘어가거나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2016년 7월 제왕절개 수술 후 폐색전증으로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 산모가 인근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 과정에서 심정지로 뇌 손상이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산모 측은 분만을 담당한 병원에서 환자 상태를 면밀히 살피지 않아 심정지로 이어졌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

당시 법원은 “폐색전증은 응급 처치를 해도 혈전이 근본적으로 치료되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다”는 감정의 의견을 근거로 의료진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환자는 아무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걸까요. 이런 불가항력 분만 사고에 대해 최대 3억 원까지 국가가 보상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불필요한 의료 분쟁을 막고, 보다 안심하고 출산할 수 있는 안전망을 마련하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문제는 지원 대상에 ‘중증 장애를 입은 산모’는 빠져있다는 점입니다. 신생아의 경우 사망과 뇌성마비 모두 지원 대상이지만, 산모의 경우 사망자에 한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신 씨는 여러 차례 복지부에 문의했지만 “보상 범위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전문가 의견 수렴과 예산 확보를 위한 재정 당국 협의가 필요해 단기간에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 “출산 위험 감수한 산모, 국가가 보호해야”

신 씨는 “임신·출산의 당사자이자 모든 위험을 감수하는 건 산모”라면서 “살아있는 산모를 보호하지 않는 제도를 납득할 수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죽은 다음에 보상하면 뭐합니까? 보상이나 지원은 남은 가족들을 위한 게 아니고 산모를 위한 거여야 하잖아요. 국가가 저출생이라고 아이를 낳으라고 하면서, 이런 사고는 한 가정에서만 오롯이 감당하게 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닌가요. 저는 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지만, 이건 비단 저희 가정만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의료계 역시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정부 지원 강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외면하면 이 회색지대의 의료사고는 의료 소송으로 이어지게 될 테고, 소송 부담 탓에 분만 진료를 기피하는 현상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산모와 의료진 모두를 위한 안전망인 셈입니다.

신봉식 대한분만병의원협회 회장은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면 보상 범위를 산모 중증 장애까지 늘리는 것이 맞다”면서 “한 번 뇌 손상이 가해지면 장기간 투병 생활을 해야 하는데 오롯이 개인에게만 부담을 지워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산모 뇌성마비도 보상 범위에 포함할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과 고시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관련 기사] 출산 뒤 식물인간 됐는데…산모 지원은 ‘사각지대’ (KBS 뉴스9, 202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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